연구소 소개

스스로 폐쇄 독방으로 들어가는 한 환자

박희춘 목사 (Homepage)

2023-07-21 11:36:57, 조회 : 1,123, 추천 : 170

저희 병동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한 여자 환자가 있습니다.
거의 제 딸아이와 비슷한 나이입니다.
벌써 5년이상 저희 병동에 입원중입니다.

보더라인 환자로 스스로 자해를 그리고 자살을 일삼던, 일삼는 환자입니다.
자해 자살의 기가 뻣히면 거의 전 병동이 이 한 환자로 인해 쑥대밭이 됩니다.
손목을 긋거나 목줄을 그습니다.
그러면 피가 낭자하고 간호사들이 다루려고하면 반항하고 거칠게 욕을하고
심지어 온 힘을 다해 저희를 공격하기도하여 상처입는 동료들이 발생합니다.
인근병원으로 상처를 치료하기위해 수송해야하고 위험하기에
묶어서 몇몇 간호사들이 동반하기도합니다.
가족들이 죽은 기일이 다가오면 죽음의 충동은 더욱 거세집니다.

이 한 환자가 일으키는 스트레스는 막대합니다.

그런데 최근부터 이 환자가 변화를 보였습니다.

스스로 자해와 자살충동이 오면 저희에게옵니다.

충동 강도 1에서 10까지중 스스로 생각하기에 3이나 4가되면 저희와
대화하고 4에서 5가되면 스스로 폐쇄 병실로 자청하여 들어갑니다.
그곳에들어가려면 어떤 물건도 없이 옷도 찢을수 없는 특수 망투같은 옷만을
입고 들어갑니다. 어떠한 자해나 자살을 시도할수 있는 물건이 없는
폐쇄 병실입니다.

하루즈음 지나면 그 자해와 자살의 독기가 누그러지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면 본인이 직접 말합니다. 나 이제 다시 괜찮다고.....
그러면 담당 의사들과 즉시 상의하여 다시 독방에서 풀어줍니다.

이것은 엄청난 치료의 진보입니다.

과거에는 시도때도 없이 혼자서 자신의 방 화장실에 자해와 자살시도후 쓰러져 피흘리고
있기를 일삼던 환자였는데 이제 저희를 신뢰하고 미리 징상이 나타나면 저희에게 알리고
미리 위험한 상황을 대처하는 아주 성숙한 행동인 것입니다.

이 환자는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적으로 생각하여 늘 전투적이고
공격적이고 늘 죽음의 기운이 넘치던 환자였는데 이젠 이 정도로 성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 이 환자에게 감자칩을 사다줍니다. 이 환자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감자칩입니다.

매일은 아니어도 이틀이나 삼일에 한번씩 일을 나갈때마다 미리미리 수퍼에서 감자칩을 사두었다가
줍니다. 그전에는 1유로하다가 최근에는 2유로까지 값이 올랐지만
감자칩을 통한 어떤 잃어버린 사랑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오래전에는 아이팟 mp3를 이 환자에게 선물한 적도 있습니다.
이 환자는 음악듣기를 좋아해서 음악을 들으며 자해와 자살 충동을 극복하도록
돕기위해서 였습니다. 주로 힙합을 듣습니다. 무슨 음악을 듣느냐는 상관 없습니다.
클래식만이 최고의 음악은 아니기때문입니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
형태에 상관없이 어떤 음악이든 본인이 좋아하면 치유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의 집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진하게 둘러쳐져있습니다.
엄마와 오빠 그리고 할머니가 자살했고 아버지는 술중독자에 성폭행과 폭행을 일삼고
집안식구들중에 상당수가 정신병 내력이 있습니다. 부모의 정상적인 사랑을 전혀 체험해보지
못하고 살아온 불쌍한 여인입니다.

참 어려운 환자였는데 이젠 저희를 신뢰하고 자청하여 독방으로 답답하지만
참고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아주 성숙한 환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환자를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환자는 매일 일기를 씁니다.
그것도 칭찬해주었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삶과 행동을 되돌아볼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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